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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인 도 India

[스크랩] [인도 한 조각 맛보세요] 헬로, 미스터 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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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안녕하세요!)
 


걱정해 주신 덕분에, 무탈하게 두 번째 인도 여행을 마치고 왔답니다. 무척이나 좋았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며 마냥 아쉽기만 했는데, 좋은 점도 있네요. 버스에 온전히 나를 위한 한 자리가 확보되어 있는 것, 거리를 아무리 걸어도 발가락에 소똥이 묻지 않는 것, 욕실이 반짝반짝 빛날 만큼 무척이나 깨끗한 것. 그리고 또다시 짐을 꾸리지 않아도 되는 것!
 


찰칵! 행복한 순간들을 담았습니다. 단순히 사진 한 장 찍어온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일상 속에 숨어있는 특별한 1인치를 담아왔지요. 인도 한 조각 맛보세요연재를 이어갑니다. 시크교 성지인 암리차르 부터 시작하지요!

 

 

 


동쪽 끄트머리의 꼴까따에서 기차를 타고, 종착역 암리차르에서 내릴 때까지 37시간을 꼬박 기차에서 보냈다. 다행히도 연착 없이 정시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긴 수염에 커다란 터번을 두른 남자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산타 할아버지 분장을 한 것처럼 턱 밑으로 길게 늘어뜨린 수염, 진짜인가 싶어서 손으로 움켜쥐고 잡아당겨보고 싶은 충동이 들만큼 복슬복슬한 수염이었다. 시크교도다. 싸이클릭샤(자전거 뒤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붙인 교통수단)를 잡아타도, 릭샤를 타고 숙소로 향하며 주위를 둘러보아도 온통 시크교도다.  



시크.시크.시크한 인도 세 남자


암리차르는 인도의 북서부 펀자브 주, 파키스탄과의 국경에 가깝다. 시크교 최대의 성지로 1577년 시크교의 4대 스승인 람 다스가 신성한 연못 암리타사라스
Amrita Saras에 건설한 도시다. 암리차르라는 지명도 이 연못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연못에 5대 스승인 아르잔 데브가 사원을 지었는데, 이것이 황금 사원의 정식 명칭인 하리 만디르. 후에 시크교 왕국의 마하라자(왕)였던 란지트 싱이 황금을 기부해서 지붕에 덧입혔다. 영국인들은 사원에 덮인 400kg의 순금을 보고 황금사원이라 불렀고, 지금은 하리 만디르라는 정식 명칭보다 황금사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행자들이 암리차르를 찾는 이유는 단연 이곳의 최고 명소인 황금사원을 두 눈에 담기 위해서다. 이 사원은 영국 BBC 방송이 선정한 ‘죽기 전에 가 봐야 할 50곳’ 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수. 입구에 놓인 천 조각을 질끈 묶어 머리카락을 가리고, 신발을 벗어 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신자가 아니라도, 외국인에게도 예외는 없다. 처음 사원을 찾은 날, 이 두 가지가 무에 그리 귀찮았는지 울며 겨자 먹기로 머리카락을 가리고 나서 신발을 벗어가지고 가방에 쑤셔 넣었다. 외적으로는 전혀 문제 삼을 것이 없는 차림새였는데, 입구를 지키는 사람에게 덜미를 잡혔다.
 


매의 눈을 지닌 신발 감시단
 

그는 남다른 투시력이라도 발휘한 것인지, 보이지도 않는 가방의 신발을 꺼내놓으라고 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무래도 누군가의 제보를 통해 콕 집어낸 것이 틀림없었다. 이 일을 겪은 뒤로는 반드시 신발 보관소에 신발을 맡겨 두었다. 

 

황금사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신을 섬기는 것이 자신을 낮추어야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이 곳은 지표보다 낮은 곳에 지어졌다. 인도의 사원이 대부분 동틀 무렵부터 해질녘까지 개방되는 것과는 다르게, 24시간 개방된다. 동서남북으로 입구가 트여있는 것은 계급이나 종교, 출신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뜻한다.
 

 

사원에는 경전 읽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잔잔한 연못 위 신기루처럼 떠있는 사원과 어울려 평화롭고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원을 향해 넙죽 엎드려 절을 하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기도를 드리는 시크교도가 줄을 이었다.



신도와 참배객으로 언제나 붐비는 황금 사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긴 줄의 꽁무니에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예배당에는 의자가 없고,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있으며, 경전인 그란트 사히브
Granth Sahib가 어김없이 놓여있다.



예배가 끝나고 나면 구루 카 랑가Guru Ka Langar라는 큰 식당에서 무료로 음식을 나눠준다.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채식이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구워낸 북인도의 주식 짜파티 몇 장과 콩으로 만든 수프 달을 넙적한 접시에 내어준다.

 

간단한 식단이지만, 나누는 마음을 생각해보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그들의 넉넉한 인심은 이 뿐만이 아니다. 무료 숙소가 있고, 사원 운영이 모두 자원 봉사로 이루어진다. 신발을 맡아주는 사람, 사원을 지키는 사람, 음식을 나눠주고 물을 떠주는 사람, 청소하는 사람이 모두 봉사자다. 나눔을 사회적 책임으로 여기는 시크교도의 따뜻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황금사원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그 많던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은은하게 반짝이는 금빛과 달빛, 잔잔한 물결의 떨림만 남는다. 상쾌한 밤공기에 시원해진 대리석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음결이 파르르 떨린다. 날이 조금만 덜 찼더라면 혹은 묵었던 숙소가 그토록 아늑하지 않았더라면 그 곳에 누워 잠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사색하기 좋은 밤에는 잠시 시간을 잊어도 좋다.

 

 


황금사원에서 "미스터 싱!"하고 외치면 틀림없이 터번을 착용한 웬만한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게 될 것이다. 모든 시크교도인 남자들은 "싱Singh" 이란 성을 갖는다. 시크교도 여자들의 이름도 "카우르Kaur" 로 통일. 싱은 사자, 카우르는 암사자 혹은 공주의 뜻이 있는 단어다.

 

두 이름은 힌두교도에게도 흔한 이름이어서 두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모두 시크교도인 것은 아니다. 시크교의 3대 스승 아미르 다스는 "자기 카스트에 대해 자부심을 갖지 마라. 세상은 모두 똑같이 한줌 흙으로 빚어졌나니."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인도의 신분 제도인 카스트 제도를 부정하고, 만인의 평등함을 주장했다. 같은 성을 사용함으로써 시크교도들이 계급에 얽매이지 않는 하나의 형제 집단으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같은 성을 쓴다는 점도 색다른데, 시크교도의 이름 짓는 의식은 더 독특하다. 시크교 사원에 부모와 신도들이 모인 가운데 이루어진다. 시크교 경전인 그란트 사히브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놓고 첫 구절, 첫 단어를 읽는다. 그러면 가족들은 그 단어의 첫 글자로 시작되는 이름을 생각해내거나, 때에 따라서는 그대로 아기 이름에 쓰기도 한다. 여기에 아들이면 싱을, 딸이면 카우르를 덧붙이면 작명 끝! 작명소에 찾아가 수십만 원을 지불하면서 좋은 이름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 비한다면 매우 간소하게 이름 짓는 방법이다.
 


시크교 트렌드세터 5K
 


목이 휘어질 듯 커다란 터번(남자들이 사용하는 머리 장식), 희끗희끗 해지도록 자르지 않고 기른 머리카락Kesh. 여기에 머리 빗Khanga, 단검Kirpan을 지니고 철제 팔찌Kada와 무릎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속바지Kaccha까지 착용했다면 그를 시크교도라 보아도 무방하다. 이 다섯 가지를 일컬어 5K, 시크교도에게 요구되는 용모 조건이다.

 

이 독특한 복장은 시크교의 10대 스승 고빈드 싱이 전쟁에서 적과 동지를 쉽게 구별해 내려고 지시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힌두교도가 대다수인 인도에서 시크교도는 2% 남짓이다. 그들의 80% 이상이 북서부 펀자브 주에 산다. 델리 등 도시에서도 그들을 볼 수 있는데, 눈에 띄는 외모 덕분에 실제 수보다 훨씬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인도의 시크교도는 덩치가 큰 편이고,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에 무뚝뚝해 보인다. 험상궂은 인상으로 얼핏 보면 무서워 보이기 일쑤다.


 


우리는 관대합니다


한번은 아랫배가 불룩하게 나온 터번 쓴 경찰이 나를 불러 세웠다. 그것도 릭샤를 타고 가는 도중에 굳이 멈춰 서게 하는 것이 아닌가! 경찰은 퉁퉁한 얼굴에 턱수염이 잔뜩 나있어서 뭔가 심술쟁이 같은 인상을 풍겼다. 딱히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의 기세에 짓눌려 식은땀이 삐질 났다. 무언가 나무라는 듯한 어투로 이야기를 시작하던 그. 요는 이랬다.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다니면 위험하지 않겠느냐며, 누가 훔쳐갈지도 모르니 품에 꼭 안고 다니라는 충고였다. 카메라를 품에 꼭 안는 시늉까지 해보였다. 우락부락한 외모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친절한 사람이었다.


 


인도의 총리 만모한 싱은 언제나 파란색 터번을 착용한다. 경찰도, 운동선수도 마찬가지다. 미국 교통안전국이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터번을 벗겨 조사하려 하자, 이에 분노한 시크교도들이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터번은 시크교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데, 인도에서 터번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젊은 층에서 주로 나타난다. 두르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데다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30세 미만의 시크교도는 25% 정도만 터번을 착용하고 있다.

 

 

 

시크교는?

시크교는 15세기 말, 구루(영적 지도자)인 나나크에 의해 창시된 세계 5대 종교 중 하나. 지금은 하나의 독립된 종교로 인정받고 있지만, 힌두교의 개혁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이슬람교를 일부를 받아들여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혼합된 종교. 신에 대한 헌신, 진실한 삶의 갈구, 만인의 평등, 미신 타파, 나눔이 주된 교리다. 시크교도들은 구루 나나크와 그의 후계자 9명의 가르침을 따르고, 경전에 따라 행동한다. 유일신을 믿고 분노와 탐욕, 욕정과 자만심, 세속적인 집착을 극복하면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출처 : 명랑여행총본산- 노매드(www.nomad21.com)
글쓴이 : 노매드21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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