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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의자이고 싶습니다
나는 잎이 무성한 느티나무 그 아래
작은 의자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지치고 곤하여
의기소침해 있는 날
내가 당신에게
편한 휴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아무런 부담 없이 왔다가
당신이 자그마한 여유라도 안고 갈 수 있도록
더 없는 편안함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분노의 감정을 안고 와서
누군가를 실컷 원망하고 있다면
내가 당신의
그 원망을 다 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분노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간혹 당신이 기쁨에 들떠 환한 웃음으로 찾아와서
그토록 세상을 다 가져 버린 듯 이야기한다면
내가 당신의
그 즐거움을 다 담아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내내
미소와 웃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비가 억수로 쏟아져
당신이 나를 찾아 주지 못할 땐
내가 먼발치서
당신을 그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무슨 이유로
당신이 한동안 나를 찾아오지 못할 땐
내가 애타게 당신을 걱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한참 뒤에나 내게 나타나게 되거든
한결 가벼운 몸짓으로
내게 이르렀으면 좋겠습니다
또 언젠가
당신의 기억 속에 내가 희미해져
당신이 영영 나를 찾아 주지 않는다 해도
정녕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한 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언제라도
당신이 내 안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준호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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