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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풍경과 상상의 부스러기들(8) | ||||
매혹적인 무덤 타지마할 신기루가 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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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전 타지마할은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
아그라성에서 약 1시간 정도 달렸다. 타지마할로 가는 길은 거의 비포장 도로였다. 곳곳에 유실된 채로 움푹 파인 크고 작은 물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도로에는 릭샤와 자전거, 승용차, 택시, 트럭, 소, 염소 그리고 사람들까지 지구상에서 굴러가고 걸어갈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신호등도 없었지만 혹 있어도 유명무실할 것 같았다.
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장애물들을 피하느라 우리의 가이드 겸 기사인 아토는 열심히 곡예운전을 한다. 차의 반동에 따라 몸도 흔들리는 것을 즐기며 잠시 놀이공원에 온 듯 착각이 든다. 하지만 도로에 있는 오토바이와 릭샤, 정체불명의 수많은 자동차들이 귀가 먹먹할 만큼 눌러대는 경적음 소리는 다시 한 번 내가 인도 에 왔음을 깨닫게 해준다.
차안에서 또 하나 느낀 점은 아그라포트역에서 지금까지 이동하는 동안 바깥의 풍경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색과 냄새 그리고 영업하는 상점들의 모습이 반복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덥고 습한 공기와 시내의 배경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지루하지 않다. 이유는 도로 위의 움직임들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뒤섞여 무질서하게 보이는 모습도 살아있고 그들이 내는 소리와 무섭게 울려대는 클랙슨도 모두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다 왔어요. 여기서 내리세요.”
차는 로타리를 돌아서 오래된 건물 앞에 멈췄다. 바깥에는 안에서 보았던 풍경보다 훨씬 복잡하고 시끄러웠다. 차와 사람들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아그라성이나 파테뿌르 시끄리와는 혼잡함의 정도가 달랐다. 이곳이 세계적 관광지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안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둥둥둥’ 어디선가 북소리 비슷한 게 들린다. ‘드디어 타지마할을 보는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떨리기 시작한다. 머릿속으로 그동안 수없이 보았던 타지마할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조금씩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야무나 강가에 우뚝 솟은 순백의 거대한 건물이 태양을 뒤로한 채 영롱히 빛나는 광경을 눈이 부셔서 제대로 보지 못할 것 같았다.
석양 빛을 받은 타지마할의 아름다운 모습은 황홀하다. |
타지마할로 들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따라 한 참을 걸어갔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현지 인도인이었다. 정확하지 않지만 약 7대3 정도의 압도적인 비율로 인도인들이 많았다. 오후 5시가 넘어 주위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문을 닫으면 낭패라는 생각이 들자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타지마할 역시 아그라성처럼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격이 무려 750루피다. 인도인이 20루피에서 50루피인데 외국인들한테는 그렇게 비싸게 받았다. 인도 전역에 있는 모든 유료관광지에서 입장권을 내국인과 외국인용을 구분해 판매한다고 한다.
티켓을 샀다고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테러 때문에 자동소총을 든 군인들이 관광객들의 소지품과 몸을 하나하나 조사했다. 마치 공항 검색대처럼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 놓고 한 줄로 들어가는데 내 차례가 되자 살짝 긴장이 되었다.
‘그냥 형식적인 거겠지’하고 검색대에 올라섰다. 배가 불룩 튀어나온 군인(나이가 좀 들어보이는)이 어깨에 맨 보조가방을 열어보라고 한다. 나는 지퍼를 열어 안의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그동안 이동하면서 한 번도 내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그제야 생각났다. 군인은 가방 속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바닥에 꺼내놓았다. 카메라와 렌즈 하나, 수첩, 볼펜, 사탕, 물수건, 입장권들, 안내소책자, 포장된 선물꾸러미, 아무렇게나 접혀 있는 100 루피짜리 지폐, 100원짜리 동전들 몇 개, 10루피 동전들, 그밖에 처리 못한 과자부스러기와 빈봉지 등이 실에 매달린 것처럼 계속해서 나왔다. 갑자기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뒤를 보니 같은 줄에 있는 수많은 눈동자들이 내 가방에서 나온 물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더 이상 꺼낼게 없음을 확인 한 군인이 됐다는 듯 넣으라는 손짓을 한다.
‘그럼 그렇지. 나올게 뭐가 있겠니’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주섬주섬 가방 안에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는 물건들을 쑤셔 넣고 있는데 갑자기 총부리가 가방입구를 막는다. 깜짝놀라서 올려다보니 선글라스를 쓴 군인이 위압적인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것 같다. 거기에는 ‘멈춰’ 가 아닌 ‘동작 그만’이란 명령이 포함되어 있었다.
순간, 내 손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군인은 내 손에 든 두루마리 천을 빼앗아 갔다. 그것을 펼쳐 보이더니 다른 검색대에 있는 군인들과 몇 마디 나눈 후 돌아와 내 가방을 통째로 가져간다. ‘뭐야, 무슨 일이야’하고 물어보았지만 군인은 검색대에서 내려오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빼앗아 간 두루마리 천(세계일주배틀 현수막)을 펼치면서 ‘이건 안 된다’며 밖에서 맡긴 후 다시 오라는 것이다.
순간 화가 났다. 뒤를 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줄도 그렇지만 현수막은 이벤트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해도 내말은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문제는 또 있었다. 카주라호 행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군인을 이해시키려고 다시 한 번 설명을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나 때문에 자신의 일이 방해받고 있다며 화를 냈다. 하는 수 없었다.
총부리를 겨눈 채 노려보는 군인을 상대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클락룸을 찾아서 달려갔다. 물품 보관소는 들어오는 길과 다른 쪽에 있었다. 허름한 2층 건물인데 물건은 1층에서만 받았다. 50루피를 주고 현수막을 맡겼다.
서둘러 다시 검색대로 돌아왔다. 군인이 나를 보더니 뒤로 가라고 손짓을 한다. 시간이 없었다. 더군다나 처음부터 줄을 서서 기다릴 수는 없었다. 군인에게 보관증과 가방을 보여주며 들여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군인은 다시 총부리를 내게로 향하더니 뒤로 가라고 소리친다.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 같은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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