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크로우
헐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배우이지만 내 머리속에 러셀크로우라는 배우의 이름을 각인시켜 준 영화 글래디에이터. 주인공이 장군에서 검투사신분이 되어 검투훈련을 하게 되는 곳. 그 곳의 촬영지인 이 곳으로 가는 길이 사뭇 기대도 되었다.
모로코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인 이 곳은 흙집 하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흙집들로 만들어진 카스바여서 더 그 가치가 인정되는 곳이다. 게다가 아직도 사람들의 생활터전이 되고 있기에 그 가치가 더욱 빛나는 아우벤화투. 오늘의 소개지다.
당연히 없다. 우선 와르자잣으로 가서 그 곳에서 다시 그랑택시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들어가야 한다. 라밧에서 와르자잣까지 가는 길은 타푸라우트가는 길만큼 참으로 멀고 지루하고또 멀다. 기차를 타고 마라케쉬까지 가서 거기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열심히 가면 아침에 출발해 밤에 도착하게 된다.
대개는 supratour라는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는 모든 기차역과 연계되어 있으므로 기차역에 가서 행선지를 말하면 알아서 두 장의 티켓을 끊어 준다.
하나는 마라케쉬까지 가는 기차티켓이며 하나는 기차역 바로 옆에 있는 supratour 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와르자잣까지 가게 되는 티켓이다. 구불구불 하이아틀라스 산맥을 지나면 느닷없이 누런빛의 큰 도시가 나타나는데, 이 곳이 바로 와르자잣이다.
가는데만 꼬박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대 장정이다.
아찔한 하이아틀라스의 도로
저 도로 덕에 사막도시로 들어갈 수 있다지만 난간도 없는 저 길을 차 타고 달리고 있자면 살짝 아찔하기도 하다. 등이 가장 서늘해지는 순간은 바로 저 폭 좁은 도로를 지나고 있는데 멀리서 차 한대가 내려오고 있을 때다. 이 좁은 길에 큰 버스 두 대가 어찌 지나갈까 싶지만 베테랑 아저씨들은 별 일 아닌 듯 침착하게 공간을 활용해 교묘히 부딪히지 않고 지나간다.
대단한 기사아저씨들. 감탄이 나오는 거다.
돌산으로 이루어진 산맥인 하이아틀라스
덕분에 이 산맥 부근이나 아래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산을 그리라고 하면 회색빛으로 색칠을 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보고 듣는 것이 우리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돌산들을 쭉 보고 가자면 처음엔 처음 보는 광경에 멋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루해지고 삭막해 보이기까지 한다. 너무나 뚜렷한 산세는 보는 이로 하여금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여 계속 보고 있자면 사실 좀 불편해지는 풍경이다. 그렇게 불편한 풍경을 곁에 두고 가다 보면 느닷없이 “여기가 어디야?” 할 정도의 의아한 풍경이 모습을 보이는데 바로 푸른 잎사귀가 달린 나무와 시냇가이다. 거기에 자그마한 흙집들이 모인 몇 가구 안 되는 마을과 사람들이 보인다. 매우 찰나에 가까운 순간, 스치는 이 풍경이 다섯 시간 동안 머무는 하이아틀라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나무라 해봐야 한국처럼 잎이 푸르면서도 풍성하고 뭔가 수분 가득한 느낌의 나무들로 이뤄진 숲은 아니다. 하지만 저 삭막한 산세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이 풍경이 얼마나 생동감 있게 느껴졌을지 과연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러고 보면 나무도 다 자기 복이 따로 있다. 어느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씨를 뿌려 평생 촉촉하게 산다지만 어느 나무는 저 곳에 씨를 뿌려 평생 수분과의 전쟁을 치뤄야 할 테니 말이다. 물론 자연스레 적응을 하기야 하겠지만 평생 넘쳐 흐를 정도의 물을 취하진 못할 테니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누구든지 자기가 태어날 자리를 고르라 한다면 누가 아프리카를 선택하겠는가?우리가 살면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한참을 달리다가 잠시 버스가 간이정류장에 선다.
버스가 올 시간에 맞추어 몇 개 없는 레스토랑 주인들의 손길이 바쁘다. 따진을 바쁘게 만들고 사람들은 근처 정육점에서 고기를 끊어 옆집으로 가져다 주면 즉석에서 브로쒜뜨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가볍게 커피를 마시거나 간단한 과자들로 요기를 하기도 한다. 답답했던 버스 안의 공기에서 드디어 탈출이 가능해진 나는 그저 생수 한 병들고 근처 산책에 여념이 없었다.
간이정류장 2층에서 본 모습이다. 나름 이층의 테라스가 꽤 운치 있다
잠깐 길가에 세워진 트럭 이야기를 하자면 이런 산골짜기 마을엔 저렇게 가득 음료수나 생필품을 실은 큰 트럭들이 정기적으로 다닌다. 거대한 산맥에 가로막힌 이들이 바깥세상으로부터 물건을 가져오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인 셈이다. 그 어떤 트럭보다 참 좋은 일을 하는 고마운 트럭이기도 하다.
다시 버스는 달리고 창 밖 풍경은 변하지 않는다. 어느덧 창 밖에 어둠이 내리고 간간히 보이는 불빛 말고는 깜깜하기만 하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버스의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거리만 눈에 띄고, 버스의 엥엥거리는 엔진소리와 내 mp3에서 나오는 노래만 뒤섞여 소리를 냈다.
그렇게 저녁 9시가 넘어 거의 10시가 다 되어갈 무렵에 와르자잣에 도착했다.와우, 멀다. 정말.
저 큰 카스바가 전부 다 흙으로 만들어졌다. 용케 부서지지 않고 남아서 지금은 모로코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 중 하나가 되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사람의 손과 자연이 만들어 낸 경이로운 건축물이 아닐까.
이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탁 트인 광야가 나타난다. 그 광야의 멀리 숲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설프지만 야자나무숲에 둘러싸인 아이벤화투가 모습을 드러낸다.
커다란 공터 사이에 자리잡은 작은 개울을 돌다리를 짚어가며 조심조심 넘어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아이벤화투가 있는 곳에서 방금 전까지 내가 자리 잡고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야자나무 숲에 둘러싸인 신식흙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똑같이 흙으로 지어졌음에도 그 차이가 났다. 세월의 때가 묻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무엇이 더 훌륭하다 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세월의 때가 묻은 게 더 좋았다. 선명한 황토 빛이 아닌 뭔가 그을린 듯한 황토 빛을 가지고 있고 창가의 귀여운 페인트칠도 예쁘지만 선을 그어 모양을 낸 것이 더욱 멋지다. 얼마나 공을 들어 선을 그었겠는가. 도예가가 자신의 작품에 한 선한 선 세심을 기울이듯이.그리고 그 선이 뚜렷이 남아 멋스럽게 건물을 장식하니 세월이 주는 우아함이 묻어난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10딜함의 입장료를 지불하면 드디어 흙집 카스바의 세계로 들어선다.이런저런 카스바들을 참 많이 가봤지만 이 곳의 느낌은 뭔가 새롭다. 대개의 카스바들은 아기자기하고 시원하고 탁 트였고, 청량하고 색감이 넘쳐 흐른다. 허나 이곳은 차분하고, 덥고, 좁고, 색감은 오직 하나다. 흙색.
건조하고 뜨거운 사막기후에 흙빛 카스바는 조금 답답하기도 하지만 벽을 가만히 만져보면 가만히 느껴지는 흙의 촉감이 참 좋으며, 울퉁불퉁한 딱딱함이 없다. 간간히 보이는 벽의 짚들이 참 좋다. 이건 콘크리트가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
계단과 좁은 길로 미로처럼 이어지는 카스바의 난간엔 중간중간 카스바의 사람들이 인사를 걸기도 하고, 낯선 이방인이 신기한지 아이들은 나를 졸졸 따라다니기까지 한다.
그 길도, 계단도 중간중간 돌멩이가 섞인 채 다져놓은 흙이다. 이 곳엔 콘크리트가 없다.
페인트칠은 없다. 아마 당시엔 페인트란게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일게다. 대신 흙에 판화 그리듯 그렇게 장식을 했다. 그래서 아이벤화투의 흙집은 뭔가 특별하다.
저 난간에 앉아있는 사람이 보이는가? 잘 보일까 모르겠지만 이 사진의 중심은 저 사람이다. 햇빛 적당히 드는 그늘의 난간에 앉아 멍 때리고 있던 사람. 세월이 낙이다. 시간 가는 것이 뭐 그렇게 대수겠나 싶다.
흙집의 벽
볏짚이 섞여서 괜히 더 멋스럽기까지 하다. 그냥 흙만 있었다면 저렇게 토실토실하고 앙증많은 개구장이 같은 느낌을 줄 순 없었을 것이다. 꼼꼼하게 다졌을 꼭대기의 장식 또한 사랑스럽다.
그만 돌아가려 하니 난간에 기대있던 아저씨 하나가 꼭대기까지 올라가 꼭 전경을 보라 한다. 사실 내가 이 곳에 간 날 모래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눈 뜨기조차 고역이었으며 건조함에 목이 자꾸 말라왔다… 그래서 그만 내려가야겠다 했던 건데 뭐가 있으니 보고 가라는 거겠지.허나 가끔 별거 아니고도 허세부리는 사람들이기도 하여서 반만 믿고 다시 걸음을 틀었다.
그런데 그 높이 높이마다 보이는 풍경이 조금씩 다른 것이 참 매력적이다.
중간정도 올라왔을까. 미로 같은 카스바의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눈으로 길을 쫓아보지만 중간에 관두고 만다. 복잡해 복잡해.
조금 더 올라가서 본 모습이다. 그렇게 야금야금 올라가서 드디어 정상이고, 그 정상에서 본 이 곳의 풍경은 마치 환영같기만 했다.
도대체 무엇이 저런 풍경을 만든 건지. 모래와 언덕흙이 만들어 낸 것이라기엔 핑크 빛이 너무 오묘했다. 그리고 널찍한 광야덕분에, 구름의 존재감을 여지없이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슈퍼맨 같다. 팔 쭉 뻗고 나는, 정의의 히어로.
선명한 구름 덕에 세상이 어둡게 느껴진다. 산 위에 바로 걸쳐져 있는 구름은 마치 만년설 같은 구름 같지 않은 구름이었다.
구름이 지나가는 자리에 저렇게 구름그림자가 비추어졌다. 난생 처음 보는 구름그림자였다. 그리고 구름이 지나가면 저 검은 그늘이 점점 사라져갔다.
저 모래바람이 보이는가? 당해보지 않은 자는 절대 알 수 없는 모래바람의 위력이다. 저렇게 한 번씩 모래바람이 불면 마을은 죽은 마을처럼 고요해진다.
정상에서 본 마을의 전경
사실 아이벤화투보다도 그 정상에서 보는 풍경이 더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모래바람만 아니었다면 더 즐기고 싶었던 풍경이었는데, 점점 거세지는 바람에 발길을 돌려야 했던 것이 아직까지도 참 서운하다. 혹 이 곳에 가게 되면 그 풍경을 만끽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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