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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터 키 Turkey

[스크랩] 스타워즈는 CG가 전부는 아닙니다. 스타워즈의 촬영지 카파도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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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자전거 여행> 한 청년이 2006년, 장장 7개월에 걸쳐 페달을 밟은  유라시아 대륙 자전거 횡단 여행의 기록입니다.

 

대륙의 동쪽 끝 중국의 천진에서 서쪽 끝 포르투갈의 로카곶까지 자전거로 달리는 동안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동감있게 펼쳐집니다.

 

자전거 여행에서만 만날 있는 특별한 경험들은 여러가지 감상과 여행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할 것입니다.

 

스타워즈의 촬영지, 카파도키아

터키 중남부 괴뢰메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카파도키아는 오랜 세월 비와 바람 등의 풍화 작용에 의해 형성된 거대한 기암 괴석들이 사방에 널려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은 그 독특한 풍경 때문에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버섯 머리를 하고 있는 거대한 돌기둥들부터 구멍이 숭숭 뚫린 땅과 곳곳에 숨어 있는 동굴들까지. 이란의 칸도반이 동화 속 난쟁이들의 집처럼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면 카파도키아는 거대함에 압도 당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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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의 전경

 

이곳은 워낙 세계적인 관광지이기 때문에 투어 코스도 다양하게 많이 있는데 하루 종일 전세 버스를 타고 돌아 다니며 근교의 지하 도시까지 중요 포인트들을 볼 수 있으므로 본인의 취향에 따라 잘 선택해서 관광을 하면 된다. 또 걷기를 좋아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하이킹 투어도 있지만 기본적인 체력이 밑받침 되지 않는다면 상당히 힘이 든다.

그리고 괴뢰메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가 많이 있는데 대부분의 숙소들이 도미토리나 더블룸 형태의 동굴방을 갖추고 있으므로 특이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객들은 동굴방에서의 하룻밤을 추천한다.

 

카파도키아에 머물던 동안 난 하루를 근처의 재래 시장과 ATV 투어로 보낸 후에 다음 날은 여덟 시간 동안 혼자서 산책을 했다. 어느 곳이라도 걸어 가다 보면 기괴한 풍경들을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방향도 목적지도 없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다음 마을 근처에 도착하기도 했는데 그럼 다시 방향을 틀어서 걸었다.

 

다행히 어제 했던 ATV 투어가 지리를 익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기에 딱히 길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았다. 체력이 좋고 걷는 것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카파도키아는 하이킹 여행을 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굳이 포인트를 찍어 주는 가이드가 있을 필요도 없다. 그냥 걷다 보면 길이 나오기도 하고, 또 사라지기도 하면서 방향을 잡아 가는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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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버섯 모양의 돌기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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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의 중심 도시인 괴뢰메

 

저 멀리 보이는 버섯 바위에 가기 위해 방향을 잡고 걷다 보니 야외 박물관을 지나 커다란 UFO 박물관의 표지판이 나타났다. 'UFO 박물관?' 한 눈에 보기에도 싸구려 같아 보이는 간판에는 유명한 로즈웰 외계인의 사진이 그려져 있었다. 아마 <스타워즈>도 찍고 했으니 싸구려 상술로 기획한 박물관이거나 혹은 정말 외계인의 정체를 믿는 집단이 목 좋은 곳(우주와 감응하기 좋은 곳?)이라고 세워 놓은 건지도 모르겠다.

 

머나 먼 이국의 보름달

내가 카파도키아에 도착한 때는 마침 한국의 추석이었다. 이제 집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5개월을 넘어 가고 있으니 군대에 다녀온 거 빼고는 제일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는 거였다. 괜히 기분이 묘해진 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몇 통의 전화를 걸고 마을 구석구석을 쏘다녔다.

 

밤이 되고 나선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보기 위해 숙소 뒤편의 고지대로 올라갔다. 매년 정월과 추석이 되면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건 내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몇 년 전부터는 비는 소원이 늘 똑같아졌는데 이제는 그 소원을 계속 비는 게 왠지 부질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냥 계속 빌고 있다. 스스로 초심을 잃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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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이국에서 마주한 보름달. 소원의 효과는 똑같으려나?

 

  먼 이국 땅에서 바라보는 달도 한국에서 마주하던 달과 차이가 없었다. 밝고, 둥글고, 커다란 보름달.

 

  "제 소원은 말 안 해도 알죠? 늘 말하던 그거요.
그럼 전 이제 내려가서 잘게요. 다음에 또 봐요."

 

 

카파도키아의 명물 - 열기구 투어

카파도키아의 명물인 열기구 투어는 매일 동틀 녘과 해질 녘에 한 시간 정도씩 운행하는 투어인데,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 중에는 열기구 투어만을 위한 돈을 따로 모아 온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타 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돈만 있으면 다시 타고 싶다고 입을 모으는데, 멀리 상공에서 카파도키아 전경을 바라보며 일출과 일몰을 바라보는 그 순간만큼은 정말 그 모든 것이 다 잊혀질 듯 아름답다 한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가격인데 한 번 탑승을 위한 2006년 9월 당시의 가격이 우리 돈으로 한 사람에 18만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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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의 명물 ? 열기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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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열기구가 하늘을 가득 메우는 풍경도 장관이다

 

열기구 투어를 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은 열기구가 하늘을 가득 메우는 풍경을 보러 가는 것이다. 마을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저 멀리 뜨고 지는 열기구들을 바라볼 수 있는데 많을 때는 스무 개 가까이 되는 열기구들이 풍경을 가득 채우니 그 풍경 또한 놓치기 아까운 모습이다.

 

또 새로운 인기를 얻고 있는 투어 중 하나는 점점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ATV 투어이다. 한 명의 현지인 가이드가 동행하여 몇몇 중요한 포인트들을 도는 투어인데 편하게 포인트들을 다닐 수 있고, 몇몇 곳은 비교적 익스트림한 라이딩도 할 수 있다. 단, 도로에서 달릴 때에는 생각보다 꽤 빠른 속도를 내게 되므로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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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여행객들과 ATV 투어를 함께 했다. 우리는 지구를 지킬까?

 

라마단의 아침 식사

터키에 들어온 지 일주일 째, 드디어 반에서 라마단의 첫 아침을 맞았다. 전날 밤부터 괜히 긴장해 바를 찾아 다니며 술을 마신 나와 일행은 파키스탄 북부 이후로 이란을 통과할 때까지 거의 두 달 반 동안 술을 마시지 못했었다.

다음날 아침 아홉 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전날 밤에 호텔 직원이 아침 여덟 시까지만 오면 아침을 주겠다고 했는데 늦어 버린 것이다. 어제 사다 놓은 빵을 뜯으며 창 밖을 보니 이제 음식 가게들도 슬슬 문을 닫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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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굶주려 있던(?) 우리는 오랜만에 술집을 순회하며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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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 Tamara와 라이브 공연이 있던 맥주집에서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숙소 로비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일하던 젊은 직원들 몇 명이 우리를 구석의 골방으로 부른다. 갓 나온 따끈따끈한 빵에 스프, 차까지 마련된 아침 식사.

 

 "어라, 뭐야 너희들? 니들은 지금 뭐 먹으면 안되잖아. 라마단인데."

 "응? 괜찮아, 괜찮아. 우리는 절반만 무슬림(half-muslim)이야.
독실한 사람들도 있지만 우린 절반만, 흐흐."

 

손가락을 반만 내보이며 반-무슬림이라고 외치는 녀석들. 뭐 우리 나라에서 교회 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완벽하게 규율을 지키는 건 아니지 않은가?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덕택에 라마단의 첫 아침은 갓 구운 빵과 따뜻한 차로 포식을 할 수 있었다.

 

"녀석들, 반-무슬림이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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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하면 떠오르는 건 뭐니뭐니해도 케밥. -말라타-

 

넴룻 산의 거석상

반 호수를 건너 타트반을 지나면서부터는 페이스가 떨어져 버려서 하루 평균 70~80km를 달린 후에 나오는 도시들에 숙소를 잡았다. 그렇게 라이딩 하기를 일주일, 드디어 말라타에 도착한 우리는 호텔에 짐을 맡기고 넴룻 산으로 향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자 론니 플래닛의 터키판 표지를 장식한 사진을 찍은 곳이 바로 넴룻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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넴룻 산으로 가던 차 안에서 함께 있던 일행이 길 가던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자,
모두들 잔뜩 긴장한 채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정상의 양 쪽 '동쪽과 서쪽' 에 세워져 있는 거석상들은 기원 전에 존재하던 고대 왕국의 왕이 세워 놓은 것이다. 신을 꿈꾸던 '안티오코스 왕'은 자신이 죽었을 때를 대비해 산 정상에 무덤을 만들고 그 주위에 여러 수호신상들을 세워 두었다. 원래는 몸체와 함께 있던 거대한 좌상이지만 지진이 나면서 몸체에서 머리 부분이 떨어져 지금은 커다란 두상들만 바닥에 서 있는 조금은 기괴한 모습이다. 밤이 되면 혼자 있기는 조금 무서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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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받고 있는 두상들. 뒤쪽은 폐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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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떠오르면 두상들도 간밤의 잠에서 깨어난다. 뒤쪽으로 원래의 몸통이 보인다

 

석양을 받은 채 어둠 속으로 침잠해 가는 거석상들을 감상한 후, 정상 밑에 있는 숙소에 여장을 풀고 넴룻 산에서 하루를 묵었다. 다음 날은 새벽 4시 기상이었다. 이번엔 어제 본 석양의 반대편에서 떠오르는 햇살을 받으며 대기 속으로 떠오르는 상을 감상하는 것이다.  산의 정상은 걸어서 1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으니, 산의 양 쪽에서 일출과 일몰을 바라보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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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석상을 배경으로 어두워진 하늘에 달이 떴다

말라타에서는 훈자에서 함께 지냈던 한국인 큰 누님을 우연히 다시 만나 반가운 재회를 하고 함께 넴룻 산으로 왔다. 아마 지금쯤이면 이곳에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지만 말라타에 오기 전에 연락을 하지 못한 터라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났겠지 하고 있던 터였다. 오랜만에 보니 우리가 더 마르고 탔다며 그래도 건강해 보여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안심하는 누님을 보니 고맙다.

 

문득 훈자에서 처음 만났을 때, 누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당시 원래 네 명이던 일행이 두 명으로 줄어들게 되었는데 여정에서 빠지게 된 두 명은 덩치도 좋고 한눈에 보기에도 튼튼해 보이는 체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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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넴룻 산에서의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그런데 '누님의 표현에 따르자면' 어디 집에서 컴퓨터 오락이나 하고 앉아 있을 것 같은 나머지 둘이서 여정을 계속한다니 걱정이 됐던 모양이었다. 그 말을 처음에 듣고는 어찌나 웃겼던지. 아무튼 그 오락맨 둘이 이렇게 건강히 살아 남아서 머나먼 터키 땅에서 다시 만났으니 이 또한 여행 중에 만나는 작은 연의 기쁨이었다.

그렇게 나의 14번째 여정은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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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명랑여행총본산- 노매드21(www.nomad21.com
글쓴이 : 노매드21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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