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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향기/가끔책도읽고

[스크랩] 당신은 나의 첫 대통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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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픈 날은 없었습니다.


노태우 옆에 나란히 선 김영삼과 김종필.

대한민국 정치가 미쳐버린 그날 밤 3당 합당.

하늘도 미친 듯 끝도 없이 내리던 그 폭설.

나는 포장마차에서 집으로 비틀거리며 돌아가는 길에

마신 술과 안주와 눈물을 다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기쁜 날은 없었습니다.


대통령의 이름이 김영삼에서 김대중으로 바뀌던 날.

그 많은 눈물과 그 눈물이 뒤범벅된 환호성.

당신의 수십 년 고통과 희생은 그렇게 보상 받았고

나는 멀리서 당신의 눈물을 바라보며

이제 됐다, 이제 됐어 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슬픈 날은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가시던 날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흘리시던 그 눈물. 아... 그 뜨거운 눈물.

그리고 수백만 마디 말을 대신하던 그 오열.

나는 그 큰 눈물의 의미를 다 알지는 못했지만

그건 틀림없는 대한민국 역사의 피눈물이었습니다.



당신에 관한 아픈 기억도 다 눈물이었습니다.

당신에 관한 기쁜 기억도 다 눈물이었습니다.

당신에 관한 슬픈 기억도 다 눈물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당신은 내게 눈물이었습니다,

잠시 닦을 틈도 주지 않던 끝없는 눈물이었습니다.



나는 그런 당신을 나의 첫 대통령이라 부릅니다.


당신 이전에 내게 대통령은 없었으니까요.

당신은 내게 살아있는 대한민국이고

당신은 내게 쓰러지지 않는 민주주의였으니까요.


이제 당신이 가신다고 하지만

눈을 감는 당신은 눈을 감는 것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당신인 대한민국이 눈감지 않으니까요.

숨을 놓는 당신은 숨을 놓는 것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당신인 민주주의가 숨을 놓지 않으니까요.



가신다니 보내드립니다.

나의 두 번째 대통령 노무현님의 곁으로 보내드립니다.


쓸쓸할 땐 서로 어깨를 기대며 그렇게 지내십시오.

우울할 땐 함께 술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지내십시오.


마지막 손을 흔들며 한 번만 더 울겠습니다.

당신은 내게 눈물이었으니까요.



출처 : 뇌진탕
글쓴이 : 정철카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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